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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101532
영어의미역 Fog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유형 작품/문학 작품
지역 경기도 광명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유영자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성격
작가[원작자] 기형도
창작연도/발표연도 1985년연표보기

[정의]

1985년 경기도 광명시에서 활동한 기형도안양천 뚝방의 안개를 소재로 지은 시.

[개설]

「안개」기형도(奇亨度)[1960~1989] 시인이 살던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안양천 뚝방 길을 배경으로 하여 지은 시이다.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품으로, 1989년 문학과지성사에서 간행된 기형도의 유고시집 『입 속의 검은 잎』에 실려 있다.

[구성]

「안개」는 총 3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단 1연 1행의 서(序)에 해당하며 2부는 6연, 3부는 1연 5행의 자유시다. 1, 3부는 안개 낀 정경, 2부는 상황에 길들어져 무감각해지는 인간들의 비정함을 나타내고 있다.

[내용]

1부

아침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2부

이 읍에 와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 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

어떤 날은 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 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 안개의 군단(軍團)은 샛강에서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는다./ 출근길에 늦은 여공들은 깔깔거리며 지나가고/ 긴 어둠에서 풀려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 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나오는 것이다.

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 얼마 동안/ 보행의 경계심을 늦추는 법이 없지만, 곧 남들처럼/ 안개 속을 이리저리 뚫고 다닌다. 습관이란/ 참으로 편리한 것이다. 쉽게 안개와 식구가 되고/ 멀리 송전탑이 희미한 동체를 드러낼 때까지/ 그들은 미친 듯이 흘러 다닌다.

가끔씩 안개가 끼지 않는 날이면/ 방죽 위로 걸어가는 얼굴들은 모두 낯설다. 서로를 경계하며/ 바쁘게 지나가고, 맑고 쓸쓸한 아침들은 그러나/ 아주 드물다. 이곳은 안개의 성역(聖域)이기 때문이다./ 날이 어두워지면 안개는 샛강 위에/ 한 겹씩 그의 빠른 옷을 벗어놓는다. 순식간에 공기는/ 희고 딱딱한 액체로 가득 찬다. 그 속으로/ 식물들, 공장들이 빨려 들어가고/ 서너 걸음 앞선 한 사내의 반쪽이 안개에 잘린다.

몇 가지 사소한 사건도 있었다./ 한밤중에 여직공 하나가 겁탈 당했다./ 기숙사와 가까운 곳이었으나 그녀의 입이 막히자/ 그것으로 끝이었다. 지난 겨울엔/ 방죽 위에서 취객(醉客) 하나가 얼어 죽었다./ 바로 곁을 지난 삼륜차는 그것이/ 쓰레기더미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인 불행일 뿐, 안개의 탓은 아니다.

안개가 걷히고 정오 가까이/ 공장의 검은 굴뚝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젖은 銃身을 겨눈다. 상처 입은 몇몇 사내들은/ 험악한 욕설들 해대며 이 폐수의 고장을 떠나갔지만/ 재빨리 사람들의 기억에서 밀려났다. 그 누구도/ 다시 읍으로 돌아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3부

아침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안개는 그 읍의 명물이다./ 누구나 조금씩은 안개의 주식을 갖고 있다./ 여공들의 얼굴은 희고 아름다우며/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모두들 공장으로 간다.

[특징]

젊은 시인 기형도는 그를 둘러 싼 상황에 절망한다. 안개 속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사건 사고, 그를 처리하고 바라보는 비정한 인심을 그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사회적 모순과 연결을 짓고 있다.

[의의와 평가]

낭만적 소재인 안개를 공장의 매연과 연결지어 1980년대 산업사회의 그늘과 폐해를 은유해, 부조리한 사회상과 비정하고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에 고뇌하는 젊음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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