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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산동 자연마을의 흔적을 찾아서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1C010101
지역 경기도 광명시 철산1동·철산2동·철산3동·철산4동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양철원

[철산리에서 철산동으로]

철산1동부터 철산4동까지로 구분되어 있는 철산동은 지금으로부터 50년 전까지만 해도 다른 이름과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1960년대에는 지금의 철산1동, 철산2동, 철산3동, 철산4동도덕산 자락이 각각 사성[일명 뱀수], 모세[일명 연서], 쇠머리, 왕승골 등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고, 마을마다 저마다의 고유한 이름과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시흥군 서면 시절 철산1동 뱀수는 철산1리, 모세는 철산2리, 쇠머리는 철산3리였으며, 왕승골도 철산3리에 속해 있었다.

1970년대 구로공단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산업화의 여파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철산동 일대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상전벽해의 더 큰 변화는 1981년 시 승격 이후 철산동 도시 계발 계획이 이루어진 후부터였다.

1980년대부터 시행된 도시 계획으로 철산동 일대에는 빌라와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섰고, 자연스럽게 많은 인구가 유입됐다. 2010년 7월 31일 현재 철산동은 총 3만 1499가구에 8만 7391명의 주민이 사는 현대도시의 모습으로 변화되었다.

[연못 세 개가 있던 모세[연서]]

광명시청 뒤편으로는 아담한 저층 아파트와 빌라촌이 형성되어 있다. 모세는 이 일대를 부르던 이름이다. 모세의 한자 표기는 연서(淵西)인데, 이 지역에 연못 세 개가 있었다 하여 유래된 이름이다. 연못은 자손을 귀히 여기는 농경 사회의 흔적을 말해 준다.

구전에 따르면 여흥민씨 집안에 손이 귀했는데, 한 승려가 마을에 연못 세 개를 파면 자손이 흥할 것이라 하여 연못을 세 개 팠더니 진짜 자손이 흥해졌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조선 후기에 편찬된 지리지나 일제강점기에 발간된 『조선지지자료』에는 이곳에 저수지나 보(洑)가 있었다는 기록이 없다. 아마도 연못이 있었다고 해도 규모가 작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르게 생각하면, 안양천과 인접하여 장마철 홍수에 들어온 물이 빠져 나가지 못하고 고여 웅덩이가 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모세에는 여흥민씨와 광주안씨, 남양홍씨가 대를 이어 살았다. 그 중 광주안씨 삼형제의 가세가 커서 1950년대까지 무척 큰 기와집을 가지고 있었지만 6·25전쟁 이후 몰락하고 떠났다고 전해진다.

현재 모세마을의 흔적은 여흥민씨 가문의 선산을 사들여 조성한 현충근린공원[일명 현충탑공원]에 남아 있다.

이 선산에는 북쪽을 바라보는 특이한 묘가 있었는데, 황해도 지역에서 시집온 할머니가 작고하면서 고향을 그리워하여 황해도가 있는 북쪽으로 묏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여흥민씨 가문의 묘들은 현재 충청남도 서산으로 이장되었다.

현충근린공원이 자리한 곳은 원래 하안동구름산에서 북쪽으로 달려오며 낮아지던 도덕산의 한 자락이나, 주변이 주택가로 개발되면서 지형이 낮아져 지금은 독립된 산처럼 보인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1970년대까지만 해도 멀리 구로동이나 영등포에서도 도덕산이 보여서 집으로 돌아오는 주민들의 이정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소의 머리 형상인 쇠머리]

쇠머리철산동의 이름이 유래된 동네이다. 동네의 지형이 남아 있던 1980년대 개발 이전까지 이곳은 도덕산에서 안양천을 향해 동쪽으로 뻗어 나온 산줄기가 낮아지며 지금의 철산주공12단지 안에 있는 왕재산에서 기운을 모으고 멈추어 있었다. 그 모습이 소의 머리처럼 보인다 해서 ‘쇠머리’라 불리게 된 것이다. 지금으로 보면 왕재산 일대가 소의 머리이고 광명시민운동장으로 조성된 언덕 쪽이 소의 몸통이었던 셈이다.

마을은 왕재산을 중심으로 남쪽에 광덕산을 사이에 두고 남동쪽으로 길게 형성되어 있다. 왕재산은 산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작은 야산인데 이 마을 세거 성씨인 덕수장씨의 사당이 남아 있다.

1966년에 발간된 『한국의 마을제당』-경기편에 4평[13,22㎡] 건물의 기와집이 있었다는 기록과 후손들의 증언에 비추어 볼 때 사당은 최소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광덕산철산동 아파트단지 개발로 독립된 산이 되었지만, 개발 전에는 도덕산과 연결된 산이었다. 토박이 주민들은 뱀산이란 이름으로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개발 전인 197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장순요[1966년생] 씨와 문현수[1968년생] 씨 같은 40대 초반의 주민들도 광덕산에서 뱀을 많이 잡았다고 기억한다. 뱀산이라는 이름은 단순히 이곳에 뱀이 많이 서식했다는 생태적인 이유 때문일 수도 있고, 도덕산이 북쪽으로 달려가다 안양천목감천을 만나 멈추는 현 철산1동 지역을 뱀수[巳省]라고 부르는 것처럼 지형적인 이유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쇠머리는 도시화의 변화가 가장 컸던 지역으로 1960년대까지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었지만 서울 영등포 일대가 성장하면서 배후 주거지로 외부인들의 유입이 늘어났다. 1972년경부터 주민들은 가족 단위 거주에 적합했던 초가집 대신 슬레이트 벽돌집을 지어 세를 놓아 소득을 더 올렸다고 한다. 이후 1970년대 후반에는 철산4동광명광덕초등학교 인근에 주택들이 신축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었다.

철산리 개발은 1978년부터 시작되었으며, 1980년에는 현대적인 아파트 단지인 철산주공1단지부터 4단지까지가 건설되어 입주가 시작되었다. 이후 1985년에는 저층 아파트 단지였던 철산주공1~4단지와 달리 15층의 고층 아파트인 철산주공12~13단지가 건설되었다. 게다가 주변에 철산중심상업지구가 조성되면서 쇠머리는 원래의 모습을 잃고 지금과 같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갖게 되었다.

2010년 현재 철산주공1~3단지는 재건축이 완료되어 25층 이상의 초고층 아파트 단지로 변하였다.

[왕승골과 굴머리, 장살미]

왕승골은 『조선지지자료』에 왕승거리(王僧巨里)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주민들은 왕승골 또는 왕성골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다. 지형이 많이 변해 정확한 위치는 찾기 어려우나 왕승골은 철산4동 방향에서 도덕산으로 올라가는 자락을 가리키던 지명인 듯하다.

주민들의 기억에 의하면 1950년대에는 약 7호 정도가 살았다고 하는데, 재개발이 이루어진 지금은 대우푸르지오와 이수브라운스톤아파트 등 현대식 이름을 지닌 고층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예전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

철산동에서 광명동으로 넘어가는 고개는, 예전에 굴이 있어 굴머리라고 불렀다. 지난 1995년 지하철 7호선 철산역 공사와 철산중심상업지구 대형 쇼핑센터인 나산백화점[현 2001아울렛] 공사를 하면서 석회 동굴이 발견되어 화제가 되었는데, 이와 연관하여 생각하면 예전에 있었다는 굴은 이 석회 동굴과 연결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 금천구의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철산교를 넘어오면 고층 아파트인 철산한신아파트가 보인다. 이 지역은 1932년 안양천 제방 공사 후 농지로 새로 확보된 지역으로, ‘장살미’라는 재미있는 이름이 붙어 있는 곳이다.

장 모씨가 불하받은 갈대밭 습지가 제방 공사 후 농경지가 되어 장 모씨를 잘 살게 해 주었다는 뜻으로 장살미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1970년대 중반부터 판자촌이 형성되었으나 1992년 철산한신아파트가 건설되면서 그 흔적마저 사라지고 지금은 아파트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되었다.

[옛 이름으로 역사를 기억하다]

2010년 현재 광명시는 새주소 부여 사업을 추진하며 쇠머리, 왕승골, 모세 등의 옛 이름을 살려 길 이름에 붙였다. 도시화로 새로 생긴 길과 골목이 있어 예전과 똑같은 지역에 그 이름을 붙일 수는 없었지만 최대한 비슷한 지역에 옛 이름을 복원해 부여해서, 지형과 주거지의 모습은 바뀌었지만 주소에서 원 이름을 알 수 있게 하여 지역의 역사를 기억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철산동 쇠머리 일원은 지난 40년 동안 광명시의 역동적인 변화를 고스란히 발밑에 품은 지역이다. 최근에는 철산주공8단지를 비롯한 1980년대에 건설된 아파트 단지의 개발 등으로 또 다른 변화가 예상된다. 새롭게 길이 만들어지고 환경이 바뀌어도 지금처럼 옛 지명을 살린 이름이 남아 소박했던 옛 흔적을 되새기게 한다.

[정보제공]

  • •  장순철(남, 1955년생, 철산동 주민)
  • •  장순요(남, 1966년생, 철산동 주민)
  • •  문현수(남, 1968년생, 철산동 쇠머리 주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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