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목차

아방리 전통문화탐방길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1B020201
한자 阿方里傳統文化探訪-
지역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 능말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덕묵

1981년 소하읍과 광명출장소를 통합하여 광명시로 승격하면서 법정동인 가학동노온사동을 관할하는 행정동으로 학온동을 설치했는데, 이 학온동 2통은 세 개의 자연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마을 중앙에 가운데말이 있고, 가운데말에서 한치고개 방향으로 작은 능선을 넘어서면 아방리[능말·능촌]가 있고, 가운데말에서 능촌지하차도를 건너 맞은편 온신초등학교 주변에 새터말[일명 사택말노온사동에 속함]이 있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광명시에도 자연마을이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자연마을 역시도 각종 창고나 공장, 상점, 식당 등이 들어서면서 개발의 손길을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요즘의 자연마을에서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한가로운 전원 풍경은 기대할 수 없다. 오늘날 대도시 근교에서 볼 수 있는 각종 용도의 건물과 주택이 뒤섞여 있고, 그나마 마을 주변으로는 번잡하게 질주하는 차량으로 가득한 도로가 에워싸고 있다.

그럼에도 아방리[능말]에는 격동하는 역사나 현대 도시화의 파고(波高) 속에서도 지울 수 없는,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속살처럼 숨겨져 있다. 그것은 요란하게 홍보되는 명소나 유적이 있어서가 아니다. 평범한 민중들 속에 남아 있는, 그래서 무시되어 오기도 했던 생활 문화가 그것이며, 민회빈 강씨(愍懷嬪 姜氏)[1611~1646]의 얼이 담긴 역사와 그 지역 공간이 그런 것이다. 이러한 속살은 지역사와 향토 문화의 초석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도시 사회의 세파 속에 바쁜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들에게도 잠시 가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그래서 과거와 현재, 전통과 오늘, 인간과 자연, 도시와 농촌을 다시금 되돌아 볼 수 있는 소중한 볼거리가 된다. 광명시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에게도 공부할 수 있는 유익한 향토 문화 탐방 길이 되리라.

[아방리 구석구석 둘러보기]

능촌버스정류장 에서 내려 용인순대국집을 돌아가면 2층의 상가 건물이 있다. 1층에는 도시 근교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원 주택지 등을 소개한다고 광고 문구를 써 놓은 부동산이 눈에 들어온다. 이 마을 대로변에는 곳곳에 이런 부동산이 드물지 않게 있다. 그 옆 건물에는 슈퍼마켓과 부동산, 낚시 마트, 카센터가 있고, 2층에는 금천강씨 종친회 사무실이 있다.

두 개의 상가 건물 사이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마을회관인 능촌노인정이 있다. 지역 주민들의 활동 사진이 벽면에 걸려 있는 능촌노인정에서 마을의 노인 몇 분에게 이 마을의 유래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마을을 둘러보기 전 마을 어른을 만나는 일은 자칫 박물관의 유물처럼 박제화된 사물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의 자취가 담긴 살아 있는 문화로서 그것들을 접할 수 있도록 이끈다.

[아방리 민가의 대표 웃말의 양주완 씨 댁]

노인정을 나와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좌우의 주택 사이로 우리산업창고, 화장품 도소매점, 생활용품 도매점 등이 보인다. 생활용품점은 비닐하우스로 만든 여러 개의 창고에 각종의 물건을 쌓아 두고 있으며, 경기도 인근의 소매점으로부터 주문이 들어오면 배달을 한다. 마을 내부에도 이렇게 창고나 물건을 쌓아 두고 판매하는 도소매점이 드문드문 들어서 있는데, 공간을 많이 필요로 하는 이런 것들은 임대료가 적은 도시 근교로 몰리기 때문이며, 주민들은 임대료 수입을 위해서 이런 것을 유치하게 된 것이다.

골목길을 따라 양주완 씨 댁에 이르면 전통적인 이 지역의 민가를 들여다 볼 수 있다. 과거의 농가를 도시 사회의 주거만을 위주로 한 주택으로 개조한 곳이지만, 개조 전과 현재의 도면을 들고 주택의 이모저모를 둘러보면 이 지역 농촌의 주생활을 이해하는 데 많은 공부가 된다.

양주완 씨 댁 바로 옆에는 청곡부채박물관이 있다. 금복현 관장이 만들거나 수집한 다양한 전통 부채들을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멸족을 면한 소현세자빈의 친정]

박물관을 나와 뒷길로 가서 우회전을 한 후 강두근 씨 댁 우측으로 난 산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강봉서의 묘가 나온다. 금천강씨민회빈 강씨의 일로 멸족을 당할 때 여종이 아이를 업고 충청도로 내려가 피신했는데, 이 아이[강후망]가 장성하여 일가를 이룬 후 그 아들인 강봉서가 아방리에 돌아와 살면서 현재의 후손들이 번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묘에는 비석이 세워져 있는데, 묘비에 관련 내력이 적혀 있어 이 마을의 역사를 알 수 있다.

이곳에서 비석을 읽어 보고 마을을 내려다보며 잠시 쉬었다가, 다시 발길을 돌려 마을길로 나와서 능말길로 향하면 골목길 우측에 강한균 씨 댁이 보인다. 이 집도 누대로 내려오는 오래된 민가이다. 원래 ‘튼 ㅁ’자 집인데 아래채는 헌 뒤 다른 건물을 세웠다. 겉보기는 허름해 보여도 안채에 들어서면 이 지방 한옥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집이다.

길을 따라 곧장 고갯길을 넘어서면 길 좌측에 창고가 있다. 이 자리는 원래 금천강씨의 종가와 재실이 있던 곳이다. 창고 앞에 살아 있는 작은 대나무들이 그 흔적을 말해 주고 있다. 주민들은 이 집 주인이 영회원 능지기를 하여 국가로부터 참봉이라는 직함을 받았다고 하여 능참봉집이라고도 불렀다. 그러나 불행히도 1970년대 종손이 경제적인 이유로 집터를 팔고 수원으로 이주했고, 그 후 창고가 들어서면서 완전히 옛 모습을 잃어버렸다. 민속 조사를 하다 보면 종손이 종가를 팔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경우를 가끔씩 보게 되는데, 피치 못할 사정이야 있었겠지만 연구자로서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종가는 그 집안의 역사는 물론 그 향촌 사회의 내력까지도 담지하고 있는 소중한 향토 문화다.

향촌 사회를 조사하거나 소개할 때 가장 먼저 언급하는 것이 그 지역의 세거 성씨다. 그 세거 성씨의 실체를 드러내는 중요한 물질적 지표가 종가와 재실, 선산이다. 특히 종가는 주요한 전통적인 유형 문화로서 그 집안사람들에게는 정신적인 구심점이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도 광명의 주요 세거 성씨이며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금천강씨의 유서 깊은 종가가 현대에 와서 사라진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영회원 을 가꾸고 보존하는 일과 함께 금천강씨의 종가를 복원하는 등 능말의 전통적인 유형 문화를 복원하고 보존하는 일이 맞물려 있어야 한다.

연계된 여러 전통적 문화유산이 개별화되고 파편화되기보다 그 지역의 연계망 속에서 공동으로 관리되고 탐구되어야 한다. 민가나 종가, 재실, 선산 등이 파편화될 때 그 효용성이나 가치에 대한 인식은 단편화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것들이 세트로 존재하며 연계망 속에서 이야기가 이어질 때 그만큼 전통 문화 콘텐츠는 심층적인 것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렇게 될 때 관광 자원은 풍성한 이야기꺼리를 쏟아내면서 관람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강연구 씨 댁과 등나무집이 있는 중간말]

종가 앞에는 능참봉 동생네집이라고도 불리는 강연구 씨 댁이 있다. 이 집도 오래된 민가인데 집을 단아하게 꾸며 놓았다. 강연구 씨 댁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등나무집이라는 음식점이 있다. 이곳도 이 지역 민가를 개조한 곳으로, 건물의 외양은 전통적인 민가의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 능말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길 좌우에 ‘이주형 도예연구소’와 재봉틀을 쌓아 둔 창고, 제습기를 만드는 공장인 대양하이테크도 있고 2층 건물을 지어 아래에는 새를 주고 위에는 주택으로 사용하고 있는 집들도 보인다.

이러한 집은 집주인의 소득을 높여 준다. 1층을 임대한 직종을 보면 돼지고기를 유통 판매하는 고려유통, 중부제과와 같은 상호가 보인다. 능말길 입구로 내려가면 우측에는 밭이 있고 좌측에는 창고가 있다.

이렇게 가운데말에서 능촌길을 지나 능말길을 끝까지 오면서 마을 나들이를 하다 보면 머리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전통적인 생활 문화나 향토 문화도 보이지만 현대 도시 근교 농촌의 풍경인 창고 등이 뒤섞여 있는, 우리가 상상하는 전원적인 풍경이 아닌 현대와 과거, 전통과 새로운 것들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속에 과거가 있고 새로운 것 속에 전통이 담겨 있기도 하는 법이다. 굳이 어느 것 하나만으로 도식화할 필요는 없다. 아방리의 전통 문화 탐방 길은 이렇게 현대와 과거가 공존되어 있는 속에서 전통의 가치를 새로운 의미로 찾아보는 역사 문화 탐방 길이다. 곧 과거 속에서 현재를 소외시키지 않으며 양자가 어울러 있는 평범한 우리 주변의 일상적 모습을 다시금 되돌아보는 길이다.

[산신 신앙이 남아 있는 사택말의 산제당과 상여집]

능말길 끝에는 한치고개로 넘어가는 도로가 있다. 이곳에서 한치고개로 가다가 애기능저수지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영회원 표지판을 따라 곧장 1㎞ 정도 들어가면 광명시 보호수로 지정된 영회원 느티나무가 있다.

이곳에 앉아 느티나무의 넉넉한 품안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영회원을 관람한 후, 오던 길로 되돌아 나가 300m쯤 내려가다 우회전해 구름산 기슭으로 들어가면 금천강씨 선산이 나온다. 풍수지리에 맞추어 장엄하게 갖추어진 묘소와 석물을 보고 우측 계곡 옆에 있는 산제당으로 간다.

산제당에서 산신님에 축원하며 동네의 안녕을 비는 주민들과 우리 민족의 산신 신앙에 대해서 잠시 공부해 본다. 산제당 뒤로 약 50m 올라가면 약수터가 있다. 지금은 운동 기구가 있고 등산객들의 발길이 닿는 곳이지만 얼마 전까지도 민간 신앙을 믿는 사람들이 소원을 빌던 기도처이기도 하다. 주민들도 개인적으로 치성을 드릴 때는 이곳에 와서 기도를 했다. 이곳에서도 잠시 우리 민족의 기도터와 기도하는 전통에 대해서 공부를 해 본다.

이제 오던 길을 돌려 애기능저수지를 지나 다시 능촌사거리로 와서 온신초등학교가 있는 새터말[사택말]로 들어간다.

새터말 끝 산자락이 끝나는 부분에 공동묘지와 상여집이 있다. 상여집을 둘러보고 상여와 한국의 전통 장례식에 대해서 잠시 공부해 본다. 이곳에 와서 아방리 쪽을 바라보면 멀리 도덕산구름산이 마을 뒤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경관을 보인다.

앞서서 마을 깊숙이 들어가 현재 속에 감싸져 있는 마을의 전통 문화며 주민들의 생활상을 둘러보고 이렇게 마을 밖에서 마을의 입지와 풍수를 관조하면 아방리 전통문화탐방길의 여정은 끝난다. 이쯤 되면 우리는 한국 전통의 생활 양식과 문화 등 다양한 요소들이 도시 근교 마을이란 교과서를 통해 새롭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보제공]

  • •  강진근(남, 1938년생, 노온사동 주민, 금천강씨 종친회 고문)
  • •  양승옥(남, 1955년생, 노온사동 주민, 애기능저수지 관리인·아방리 민속보존회 회장)
등록된 의견 내용이 없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