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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 생활로 이어진 두레의 전통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1B010203
지역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 능말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덕묵

[아방리[능말]를 이끄는 힘 - 자치 조직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 인간은 모여서 살 수밖에 없다. 이렇게 공동체가 형성되면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 조직을 만들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 이러한 조직에는 공동의 경제적인 이익을 위한 조직도 있고 또래들의 친목 조직도 있다. 아방리[능말] 주민들도 공동의 번영과 보다 지혜로운 삶을 위해 다양한 자치회와 협동 조직을 꾸려 가고 있다.

아방리 자치회는 통장이 주민들 전체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따로 새마을 지도자를 선출하고 있다. 부녀회와 청년회, 노인회도 각기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통장은 주민들이 뽑는다. 요즘은 통장 월급을 동사무소[자치센터]에서 주는데, 동사무소에서 월급을 주지 않았을 때는 마을의 각 가정에서 봄에는 보리 한 말, 가을에는 벼 한 말을 갹출하였다. 요즘은 통장이라고 부르지만 1980년대에는 ‘구장’이라고 불렀다.

현재 아방리[능말] 통장의 임기는 4년이나, 시대에 따라 변화가 있었다. 한때는 1년에 한 번씩 선출하기도 했고, 3년에 한 번씩 선출했다가 근래에는 4년을 임기로 하고 있다. 마을의 정기적인 회의는 매년 1월 1일에 마을회관을 겸하고 있는 노인정에서 한다. 2009년까지는 양승복[1958년생] 씨가 통장을 맡았고, 2010년 1월 1일 새로운 통장으로 강연질 씨가 선출되었다. 한동안은 통장 밑에 반장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없어졌다.

부녀회와 청년회에서는 회장과 총무를 두고 있다. 노인회는 19년 전 처음으로 농업협동조합 창고 건물에 노인정이 생기고부터 결성되었다. 초대 회장은 양주완 씨가 맡았으며, 그 후 김백현 씨와 노동례 씨, 강덕근 씨, 양주만 씨, 강오근 씨를 거쳤다. 양주옥 씨는 2008년 3월 14일에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노인회장의 임기는 4년이다. 할머니들 역시 별도의 노인회를 조직하고 독자적인 회장과 총무를 두고 있다.

아방리[능말]의 자치 조직은 매년 1월 1일에 마을회관에서 정기 총회를 연다. 그 외 안건이 있으면 수시로 하게 된다. 매년 1월 1일이 되면 오전에 할아버지와 할머니 노인회가 별도로 결산 보고 및 기타 안건을 가지고 정기 총회를 열고, 낮에는 마을 주민들이 모두 모여 마을 총회를 열어 결산 보고를 하고 마을의 중요 사안들을 의논한다. 만약 통장의 임기가 끝났으면 이때 선출을 한다. 저녁에는 마을 부녀회의 총회가 있다. 이렇게 마을 조직들이 같은 날 노인정에서 회의를 하는 것이 아방리[능말] 자치 조직의 특징이다.

주민들의 조직은 마을 공동체의 공적인 일을 수행하는 것도 있고 계층별 집단의 친목회의 성격을 가진 것도 있어 이들이 모여 주민들의 자치가 이루어진다. 마을 원로로서 노인들은 친목적인 성격뿐만 아니라 동제와 같은 마을의 공식적인 행사에서는 주관자로서 참여한다. 주민들의 조직들은 마을의 공적인 행사에 있어서는 서로 협조한다. 마을에서는 경로사상을 중시하여 노인회의 활동에 일부 예산을 지원한다. 이렇듯 마을 조직에는 주민들의 협동심과 경로사상, 애향심 등이 내포되어 있다.

[두레의 전통을 잇는 작목반]

한편, 아방리[능말] 주민들의 조직에는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협동심이 잘 드러나는 ‘작목반’이라는 것이 주목을 끈다. 작목반에서는 과거 우리 농민들의 두레 전통의 소중한 유전 인자가 녹아 있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아방리[능말]사람들은 농사를 지을 때 상부상조하는 ‘품앗이’라는 것도 있었고, 6·25전쟁 전후만 하더라도 ‘두레’가 활발해서, 농사일을 할 때는 두레기를 앞세우며 함께 모내기며 김매기를 하고 추수를 도왔다. 서로 풍물을 치며 농요를 부르며 고단한 농사일을 공동의 힘으로 가볍게 하며 놀이로 승화시키는 농군의 지혜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세월이 바뀌고 마을 주변의 환경도 변했다. 마을 앞 넓은 농토에는 화훼 단지나 기타 여러 용도의 건물들이 자리를 점유하게 되었고, 농토의 많은 부분도 외지인들의 소유가 되었다. 외지에서 들어와 근교 농업을 하는 사람들은 밭가에 움막이나 원두막을 지어 일하다가 쉬거나 농기구를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한다. 과거 벼농사를 중시했던 것과 달리 오늘날에는 밭이 중시되어, 고추나 깻잎 등과 같이 시장에 나가 팔 수 있는 채소들의 비중이 높다.

과거와 현재는 이렇게 변했으나 그러한 변화 속에도 여전히 유지되는 것이 있다. 두레를 통해 협동적으로 하던 농업 전통은 환경은 바뀌었지만 오늘을 사는 아방리[능말]의 민초들에게 유전 인자처럼 남아 있다. 그것은 바로 작목반의 협동이다. 아방리[능말]는 도시 근교에 위치하기 때문에 정원수로 팔리는 나무, 화훼, 채소 등의 재배가 두드러진다. 흔히들 같은 업종을 하는 사람들은 경쟁 관계로 서로 교류가 적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농사의 경우에는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협조해야 한다. 작물을 재배하는 사람들은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농업협동조합에서 함께 교육을 받기도 하고, 농업협동조합으로부터 저리로 융자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아방리[능말]에는 ‘작목반’이라는 친목회가 있다.

재배하는 작물에 따라 작목반은 여러 개로 나누어진다. 화훼작목반은 꽃을 기르는 사람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교육을 교류하는 친목 모임이다. 하우스에서 농사를 하는 사람들은 하우스작목반을 만들었으며, 축산작목반과 채소작목반, 수도작작목반도 있다. 토착 주민들과는 달리 이방인으로 구성된 능촌사거리 건너편에 있는 화훼 단지 사람들 중에도 일부 원예 농업을 하는 사람들은 토착 주민들과는 별도의 작목반을 구성하고 있다.

인간은 더불어 살아야 한다. 서로 경쟁만 한다면 모두에게 손실이 될 수 있다. 같은 업종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함께 교육을 받으며 공동의 판로를 모색한다면 모두가 잘 살 수 있다. 두레에서 이어지는 아름다운 전통들이 계속해서 전승된다면 보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정보제공]

  • •  양승옥(남, 1955년생, 노온사동 주민, 아방리 민속보존회 회장)
  • •  양승복(남, 1958년생, 노온사동 주민, 전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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