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전민촌에서 10리 정도 떨어진 산골에서 태어난 최순호는 1968년 공비사건으로 화전촌으로 함께 집단 이주하였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봄이 되면 화전을 만들고 그곳에서 한해의 농사를 지었다. 감자와 옥수수, 콩 등이 주식이었지만, 비교적 좋은 땅에서는 쌀농사도 지었다. 화전민가들은 다른 마을과는 떨어져 생활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쌀을 생산하지 않으며 평생 쌀을 구경하기가 힘들다. 이...
오랫동안 살던 생활터전을 버리고 집단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은 화전민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마을을 이루지만 4가구 이상 집단적으로 거주하지 않는 그들의 상황에서 몇십 가구들이 함께 생활해야 함은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제적으로 철거된 집에 맞설 재간이 없었기 때문에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살면서 처음으로 아랫마을로 내려왔고 그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하였다. 화전...
1980년을 넘어 화전민촌은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다. 공비사건이 일어나고 화전민촌을 건설할 때만 하여도 이곳은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그러나 이후 곧 사람들은 이곳에 화전민촌이 있었는지를 까마득하게 잊었으며, 당국에서도 더 이상의 투자를 하지 않았다. 생활은 점점 불편해져 갔다. 식구들은 늘어나지만 한 집에 두 가구가 함께 생활하는 것은 어려웠으며, 교통은 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