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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겨울 아낙은 여전히 분주하다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8E010202
지역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두천리
집필자 신상구

가을 초입은 여름보다 더 바쁘다. 추수도 해야 하지만 벼가 마르기 전에 보리를 갈아야 하기 때문에 일손이 부족해서 발을 동동 구를 때이다. 긴 산골 겨울을 보내기 위해서는 초가을에 정신없이 부지런해야 한다.

겨울이 되면 논일이 없어 그나마 늦잠을 청할 수 있다. 아침을 먹기 전 디딜방아로 곡식을 찧어두기도 하지만 이도 큰 단지에 넣어두면 그만이고, 낮에는 못한 나무가 있으면 산에 가서 나무를 한다. 하지만 눈이 온다면 이도 하지 못한다. 해가 빨리 떨어지는 저녁 긴 밤을 보내기 무료해서인지 부지런한 근성인지 가마니를 짜기도 했다. 그나마 요즘은 텔레비전이 있어 노부부가 무료한 저녁을 연속극으로 보내기도 하지만 이도 무료하긴 마찬가지이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마을회관 또는 친구 집으로 찾아가 함께 술을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아낙들의 가을과 겨울은 그렇게 한가하지 못하다. 농기계가 없던 시절 농가에서 중요한 생산수단인 소는 재산 목록 1호였다. 사시사철 소에게 사료를 먹이는 것은 논일이 바쁜 남편을 대신해서 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소죽을 먹은 것으로 그들의 일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남편보다 자식보다 한 소금 일찍 일어나 그들을 위한 음식을 준비해야 했고, 바쁜 농사철에는 함께 농사일을 거들어야 했으며, 저녁에는 먹고 난 음식을 모두 치우고 정리한 뒤 헤어진 옷들을 기워 입을 수 있게 해 두어야 했다.

농한기 겨울이 오면 아낙들은 숨을 돌릴까. 농사일이 끝나면 할 일이 없는 남편에 비해 아낙은 여전히 생겨나는 집안 일을 해야 하며, 가족들의 세끼를 해결해 주어야 했다. 그리고 한 해 동안의 입을 만들기 위한 삼을 짜는 것이 중요한 일과 중 하나가 되었다. 겨울이 되면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더 바쁜 한때를 보내야만 했다. 지금은 길쌈이 없어져서 겨울 여자들도 저녁시간을 수다 또는 모임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지만 과거 두천 여자들은 길쌈으로 긴 겨울을 짧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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