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8A030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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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울진군 평해읍 거일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승훈 |
결혼을 한 후 거일2리로 들어온 남편 김억수는 돈을 벌기 위해 원양어선을 탔다. 보통 원양어선을 타게 되면 3년에 한 번씩 돌아오기 때문에 집안일은 모두 그녀의 담당이었다. 그러나 원양어선의 벌이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원양어선을 탈 때 송출(잡은 고기에 상관없이 월급을 받는 것)로 배를 타지 않고 작업선(잡은 고기의 양에 따라 돈을 받는 것)을 탔기 때문인데, 간혹 고기를 많이 잡을 때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런 경우는 거의 드물기 때문에 항상 원양어선을 탄 다른 사람보다 적은 돈을 벌어왔다.
그러나 사람 좋다는 소리를 항상 들었던 김억수는 선장이나 선주의 권유로 항상 작업선을 타기 일쑤였다. 원양어선을 타지 않을 때는 후포에서 삼마이배(삼마이-꽁치 종류의 생선)를 탔다. 그러나 다시 원양어선이 나갈 때는 항상 이 배를 탔다. 평생을 바다와 함께 했던 김억수는 1990년까지 원양어선을 탔다. 이후 또 원양어선을 타려고 했으나 부인의 부탁이 있어 그만두었다. 사랑하는 남편이 위험한 원양어선을 타지 않으면 오랫동안 옆에 머물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그리 오래되지 않아 1992년 간암으로 남편은 생을 다하고 말았다. 그나마 위로를 삼을 수 있었던 것은 원양어선을 타지 않아 남편의 임종을 집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남편을 보냈다.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마을을 떠날 것을 결심하기도 하였다. 마을을 떠나면 남편과 함께 했던 추억들도 모두 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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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춘권 남편02
하지만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손춘권을 남게 한 것은 다름이 아닌 마을 사람들이었다. 힘들 때나 기쁠 때 항상 함께해온 친구들은 무슨 일을 하더라도 함께 했다. 함께 모이기만 서로 떠들고 재미난 이야기를 하기 바빴다. 그러나 모여서 놀 때도 그냥 놀지는 않았다. 과거 마을에서 노가리도 많이 말렸는데 모여서 이야기하고 놀 때도 이 노가리의 껍질을 까면서 놀았다. 시끄럽게 떠들거나 이야기 할 때 ‘노가리 깐다’라는 말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이처럼 함께 노가리를 까는 친구들이 있어 그녀는 영원히 거일 부녀자가 되어서 거일리에 머물고 있다. 앞으로도 거일리에서 생을 다할 것이라는 그녀의 이야기에서는 남편을 먼저 보내고 혼자 남게 된 외로운 해녀가 아닌 든든한 마을이 있어 생활할 수 있는 거일의 여자가 되었다.
해녀일을 하며, 원양어선을 탔던 남편과 함께 생활했던 손춘권의 집은 이제 주변 부녀자들이 와서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변하였다. 손춘권의 집은 해녀 옷을 보관할 수 있고 바다일과 관련된 다양한 장비들을 넣을 수 있는 보관 창고가 있으며, 바다에서 잡아온 다양한 해산물들을 펴 놓을 수 있는 조그만 마당이 마련되어 있다. 원양어선을 탔던 남편으로 인해 그리 집이 크지는 못했지만 깔끔한 성격에 늘 집은 깨끗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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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춘권 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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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춘권 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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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일 앞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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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춘권 가옥 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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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회장의 자식 이야기
그렇게 남편을 보낸 자리는 마을 사람들로 채워지면서 손춘권의 집은 다시 사람으로 둘러 쌓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