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8A0203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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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울진군 평해읍 거일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승훈 |
보름이 지나고 대게를 잡는 계절이 오면 대게잡이를 하는 어부들의 손길은 매우 바빠진다. 대게를 잡기 위해 어구를 준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그물이다. 현재 사용하는 그물은 나일론실로 만든 그물로 그물이 찢어지거나 손상되면 수선이 힘들어 버리고 새로운 그물을 사지만 과거에는 개인의 그물을 개인이 직접 만들어서 사용했기 때문에 직접 보수를 해야만 했다. 우선 중요한 것은 그물을 말려야만 한다. 지금의 그물은 부표를 스티로폼을 사용하고 실을 나일론으로 만들어 그물이 썩을 일이 없지만 과거에는 나무 부표와 삼베실을 이용했기 때문에 말려두지 않으면 그물이 썩어 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 부자(부표)의 경우에는 물을 머금고 있으면 그물이 뜨지 않기 때문에 잘 말려야만 한다.
또한 그물이 상했을 때는 직접 손으로 수선을 해야만 한다. 얽혀 있는 그물을 풀어내고 찢어진 그물을 다시 꿰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그물 보수를 다음으로 미룰 수가 없는 것은 그날 보수를 마치지 않으면 다음날 조업을 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혹 그물이 심하게 찢어지거나 얽혀 있을 때는 조업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보수를 시작해야 한다. 하루 종일 그물 보수를 해도 시간이 부족해 다음날 새벽 출항할 때까지 그물을 손질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날은 하루 꼬박 잠을 자지 않고 대게잡이를 나갔다.
며칠씩 조업이 이루어지는 다른 고기잡이에 비해서 대게잡이 배는 새벽에 일찍 출항을 하여 그날 오후면 조업을 마쳐 하루 안에 조업을 끝낸다. 그래서 다른 배들이 배 안에서의 의식주 해결을 위한 편의 시설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과 달리 대게잡이 배는 이런 부분이 딱히 필요하지 않다. 며칠씩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배 위에서 음식을 직접 해먹는 불편을 덜기 위해 도시락을 미리 준비해 가는 경우가 많았다. 도시락에는 밥은 싸서 가고, 특별히 반찬을 챙겨가지는 않고 고추장을 챙겨간다. 과거에는 ‘밥망태(짚으로 만든 주먹밥)’을 짊어지고 가기도 하였다. 반찬은 배 위에서 잡은 대게와 고기가 다 반찬이기 때문에 따로 챙겨갈 필요가 없다. 대게잡이 배는 보통 새벽 2시경이면 출항을 하는데 선원들은 집에서 나오기 전 미리 밥을 먹고 나오기 때문에 대게잡이를 “새벽밥 먹고 다닌다.”라고 말한다.
새벽에 출항하여 그물을 건져 올리면 아침이 되어야 그물을 다 올릴 수 있다. 그물을 다 올리고 나면 아침을 먹는데 잡힌 고기나 대게를 반찬으로 하여 밥을 먹는다. 그러나 아침밥을 먹을 때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보통 국을 끓인다. 국을 끓일 때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맹물에 고기만 넣고 푹 삶은 후 국그릇에 담고 각자가 고추장을 풀어서 먹는다. 이것을 ‘나장’이라고 하는데, 보통 “나장 타가주고 먹는다.”라고 한다. 나장은 거일2리 지역 선원들이 해먹는 독특한 음식으로 오징어잡이를 하시는 분들도 야참으로 나장을 자주 해서 먹는다. 양념 없이 생선을 넣고 끓인 국에 고추장을 타서 먹는 것이 무슨 맛이 있냐고들 하지만 배에서 한번이라도 그 맛을 본 사람은 절대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