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8016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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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花煎歌 |
영어의미역 | Korean Verse of Enjoying Spring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경상북도 울진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남경란 |
[정의]
울진 지역 규수들이 봄에 화전놀이를 하며 흥취를 읊은 가사.
[개설]
「화전가」는 일명 「화수가(花隨歌)」라고도 한다. 화전(花煎)은 꽃을 지진다는 뜻이기 때문에 꽃을 지짐으로 해서 그것을 먹으면서 놀이를 하는 의미가 있다. 또한 화수(花隨)는 꽃을 따른다는 의미이니 꽃을 따라 봄을 즐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화전놀이는 유래가 매우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삼국유사』 권 1 기이(紀異) 금유신조에는 “매년 한 집안 남녀가 재매실에 모여서 연회를 한다.”라고 했는데, 이것은 화전놀이의 오래된 형태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동동」에 보면 삼월이 되매 봄기운 가득한 꽃을 보려고 남이 부러워할 성장을 하고 나왔다고 노래하고 있는데, 역시 화전놀이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화전놀이는 주로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노는 것이기 때문에, 이 날은 남성들이 여성을 위해서 모든 것을 봉사하는 날이 된다. 놀이에 소용되는 모든 준비물은 말할 것도 없고, 음식 만들기와 뒷정리까지 화전놀이 하는 날은 남성이 여성을 위해서 봉사를 하는 것이다. 이 날은 그야말로 여성의 날이 되는 셈이다. 규중의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즐기는 이 날은 여성들이 즐길 수 있는 유희가 총동원되는데, 조선시대 이후에는 유희의 방법 중에 가사 짓기도 포함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때 지어지는 노래가 「화전가」이며, 이런 종류의 노래는 지금도 영남 지방의 여성을 중심으로 지어지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런 종류의 노래들은 개인적으로 짓는 일도 있었지만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짓는 일도 있었다. 지금까지 조사된 노래들을 보면 상당히 많은 작품이 존재했고, 내용이나 수사기법 등으로 볼 때 여성 문학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작품군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런 종류의 가사를 내방가사 혹은 규방가사라는 이름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내방가사는 조선 후기 영남 지방을 중심으로 한 양반 부녀자들이 지었던 작품들을 통틀어서 가리키는 용어이다. 가사의 형태로 되어 있는 이 작품군은 현존하는 작품의 숫자가 많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지어지는 살아 있는 가사란 점에서 내방가사란 명칭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구성]
전체 205행의 장편가사로 형식은 3·4조 혹은 4·4조를 기본으로 하는 4음보의 율격체계를 가지고 있다.
[내용]
어화세상 동무들아 구십춘광 봄이로다/ 뒷동산에 두견새는 봄소식을 전하온데/ 무심한 우리들은 봄 온 줄을 몰랐구나/ 규중에 깊이 싸여 여중지사 하노라고/ 시절을 몰랐더니/ 만화방초 볼자시면 춘삼월이 분명하다/ 상촌 하촌 동무들아 화전놀이 가자시라/ 일년삼백 육십일에 규중에 있던 몸이/ 하로 소풍 못할손가 소풍삼아 화전가자/ 각성각댁 통기하야 친구 벗들 서로 정해/ 이날 갈가 저날 갈가 서로서로 의논하여/ 그중에 좋은날을 골라골라 생각하니/ 삼월삼진 분명하다/ 그날부터 기다리니 고대하기 힘이든다/ 이삼월 긴긴해는 하로가 무서운데/ 하물며 정한날은 삼사일이 앞에섰다/ 동해에 돋은 달은 서산으로 넘어가고/ 다시 또 돌아오니 받은날이 당도했다/ 일년가절 허다하나 삼월삼진 제일일세/ 어의하여 받은 날을 서로서로 잊지않고/ 침조반 일찍하고 몸단속을 하였구나/ 의복치장 볼작시면/ 서서이도 이쁜 맵시 곱게곱게 다듬어서/ 초록배단 웃저고리 채색단장 곱게하고/ 한산모시 세단치마 주름잡아 둘러입고/ 닌개생목 접보선을 맵시있게 지어신고/ 하도집신 판총배기 석호맺어 지어신고/ 일보이보 나가보니 자취마다 모양난다/ 의복치장 그만하고 몸단장을 하여보세/ 몸단장을 볼작시면/ 이전보다 고은얼굴 서로서로 태어난다/ 백옥같은 얼골빛이 연지분을 성격하니/ 오리뽈강 고흔양은 꽃과같이 견줘보자/ 눈습맵시 지운양은 여덟팔자 모양으로/ 붓끝으로 그린 듯이 팔자이마 완연하다/ 머리치장 볼작시면/ 반달같은 삿치개와 샛별같은 챈빗으로/ 머리 설설 내려가려 금봉채에 맵시난다/ 수양버들 연한가지 허리태도 여전하다/ 좋은꼴로 차츰차츰 조용조용 들어가며/ 산도구경 물도구경 꽃도보고 들도보고/ 새짐승도 구경하고 온갖만물 살펴볼제/ 산구경 볼작시면 만학천봉 솟은곳에/ 천봉만학 벌린양은 평풍둘린 형상이라/ 물구경 볼작시면 골개골개 흐른물이/ 구비구비 폭포되여 물소리도 웅장하다/ 물구경 그만하고 꽃구경 하여보세/ 백백홍홍 나무중에 무슨 꽃이 피였는고/ 온갖만물 화창한데 구십춘광 봄이로다/ 당실당실 연자꽃은 시냇가에 피여있고/ 야들야들 수담꽃은 옥계상에 피여있고/ 너울너울 부용꽃은 연당중에 피여있고/ 너들너들 해당화는 명사십리 피여있고/ 도리도리 돌개꽃은 이골저골 피여있고/ 요요한 수심꽃은 남북창에 피여있고/ 봉실봉실 매화꽃은 백설중에 피여있고/ 황금같은 수담꽃은 녹수간에 피여있고/ 서리춘풍 좋아하고 매화단 국화꽃은/ 만장앞에 피여있고/ 칭개칭개 접수꽃은 동해이월 바래있고/ 반지머친 석류꽃은 옥창앞에 피여있고/ 차문주가 살구꽃은 목동촌에 피여있고/ 물진물주 당해꽃은 선화당에 피여있고/ 천지많은 앵도꽃은 뒷동원에 피여있고/ 석달열이 백일화는 백화중에 오래있고/ 소식적막 국화꽃은 구월구일 바래있고/ 망월중에 갈대꽃은 황국단풍 바래있고/ 임유규목 칡이꽃은 이등저등 피여있고/ 일삼주지 진주꽃은 상산사호 바래있고/ 늙고젊고 노고꽃은 남먼저로 피여있고/ 오색단장 봉수꽃은 후원단장 피여있고/ 축담우에 목단꽃은 꽃가운데 임군이다/ 한양서울 오얏꽃은 우리임군 성씨로다/ 오얏꽃 무슨일로 풍우를 만낫는고/ 초당앞에 혼초꽃은 부모봉양 하자시라/ 오리뽈강 복사꽃은 부부지락 이에있다/ 향기로운 난초꽃은 형제우애 하자시라/ 희고희고 저배꽃은 삼월달에 눈이로다/ 곱고고운 은매화는 일석가인 모양이라/ 붉고붉은 화방꽃은 당치마와 한빛이라.
〈중략〉
하신풍에 성상이라 전우같은 좋은 머리/ 구름같이 얹은 모양 금봉채에 맵시난다/ 물명주 석자 수건 머리 우에 장끈 매고/ 비단 소매 반만 걷고 섬섬옥수 높이 들어/ 가지가지 후려잡고 봉지봉지 태칠 적에/ 좋은 봉지 먼저 끊어 머리 우에 꼽아놓고/ 쓴가 단가 맛을 보며 많이많이 때쳐다가/ 서로서로 합하여서 눈빛같은 떡가루로/ 이리저리 꽃을 섞어 분길같은 두 손으로/ 처사유수 흐린 물을 옥수로 떠다가서/ 마치 맞게 반죽하고 산도 좋고 물도 좋다/ 평평하고 좋은 곳에 동네 성기 솥뚜껑을/ 석산 위에 걸어 놓고 두리화통 불을 기려/ 고목풍상 마른 나무 불 한부석 태워 놓고/ 물같은 기름치리 이편저편 뒤쳐가며/ 번쩍번쩍 찌져내니 모양제도 볼작시면/ 동쪽 바다 떠오르는 보름달 형상이라/ 꽃일런가 떡일런가 이름짓기 어렵도다/ 좋은 맛을 볼작시면 음식중에 어른이라/ 육미봉탕 팔진민들 이보다 낳을 손가/ 맛도 좋고 빛도 좋다/ 산신님게 제사하자 산신님 고할 적에/ 두손 모아 비는 말이/ 화전하는 여러새댁 지성으로 축원하오/ 못된 허물 잊으시고 임시제사 흠향하소/ 상봉하는 이 인생들 수복 다남 하게 하소/ 우마육축 번성하고 농사오곡 허황하소/ 몹쓸 재앙 물리치고 좋은 복을 받게 하소/ 지성으로 빌고 나서 차례로 좌를 하니/ 한 일가가 분명하다/ 서로서로 하는 말이 여러 벗들 들어 보소/ 한 장을 골라내어 부모 봉양 모를손가/ 각기각기 봉개하고 일가친척 생각하자/ 형제 우애 모를손양 차례로 봉한 후에/ 친구 벗 서로 알자 재미있게 논아 먹고/ 그럭저럭 놀고 나니 오늘 해도 거진 간다/ 서산에 저 햇빛이 저녁 연기 분명하다/ 여보게 벗님들의 노름놀이 그만하고/ 어서 바삐 들어가세 금년 금일 돌아가면/ 명년 오늘 기다리세 우리 몸이 여자되어/ 저믄 걸음 가당하리 노름놀이 좋아해도/ 여자 부덕 모른손가 우리집에 있는 식구/ 문을 열어 내다본다/ 만수무강 늙은부모 손자 울어 걱정한다/ 태산같은 중한 가장 체례없다 꾸중한다/ 노비전속 하인들은 저녁 늦다 바래난다/ 아해들 앞세우고 동무벗들 서로 잡고/ 천천히 완보하여 조용조용 내려오며/ 벗들아 들어보게 우리 이팔 처녀시에/ 친가 부모 하신 말씀 칠거지악 상지여라/ 여자들이 하는 법이 부모님께 효도하고/ 가장에게 공손하라 일가계족 화목하고/ 형제 우애 하여시라 칠거지악 벗어나면/ 아무래도 사는이라 공경하고 공순해라/ 여자 마음 억난법이 무수히 조심해라/ 여자 직업 할 일이라 이복음식 삼개여라/ 두번 세번 하는 말이 잠시인들 잊을손양/ 어서어서 들어가자 집을 찾아 자지시라/ 차례로 내려올 제 이 곳이 어디멘양/ 높은 등에 올라서서 사방을 살펴보니/ 경치도 황홀하다 진정하기 어렵도다/ 작별할 제 악수 온정 세세각각 헤어지명/ 잘있거라 잘있거라/ 명년춘에 다시 만나 재미있게 놀아보세/ 부디부디 잊지 말고 다시한번 놀아보세.
[특징]
조선시대 규방가사(閨房歌辭) 가운데 영남 지방에 구전되던 노래로 제작 연대는 1814년(순조 14) 무렵으로 짐작되는 작자와 연대 미상의 「화전가」가 있다. 영남 지방의 「화전가」는 일반적으로 총 256행의 3·4조 가사로 “어와 여종들아, 이내 말삼 들어보소. 이 해가 어떤 해뇨, 우리 임금 화갑(華甲)이라, 화봉(華封)의 축원(祝願)으로 우리 임금 축수(祝手)하고/강구(康衢)의 격양가(擊壤歌)로 우리 여인 화답(和答)하네…”로 시작된다. 울진 지역의 「화전가」는 영남 지방의 「화전가」가 구전되어 정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의의와 평가]
「화전가」는 춘삼월 호시절을 당하여 신명나게 놀아보자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렇게 지어진 가사들을 노래로 부르면서 하루를 즐겨 놀았으니 여성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이면서도 회한이 교차하는 하루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화전가」가 일반화되자 「화전가」를 조롱하는 「조화전가(嘲花煎歌)」가 나타나게 되었고, 여기에 대해서 다시 「반조화전가(反嘲花煎歌)」가 나타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