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민의 쉼터로 자리 잡다]

영회원 앞 느티나무는 1982년 10월 15일 보호수로 지정되었다. 안내판에는 나무 둘레 6m, 높이 20m, 수령 약 400년으로 소개되어 있으나, 주민들 중에는 천 년은 살았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사람도 있다.

영회원 앞 느티나무는 그동안 수차례 벼락을 맞기도 했으나 여태껏 당당하게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6m의 둘레가 말해 주듯 굵다란 나무줄기가 널따란 지붕처럼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어, 그 아래에 있으면 어떤 더위도 피해 갈 수 있다.

영회원 앞 느티나무는 한낮의 찌는 더위만 피하게 해 주는 것이 아니다. 세파에 찌든 인간의 영혼마저도 편히 쉬었다 가게 해 준다. 그래서 도시의 번화한 빌딩숲 속에 사는 사람들이 가끔 느티나무 곁을 찾기도 한다. 이제는 아방리[능말]의 느티나무가 아니라 광명시민의 느티나무가 된 듯도 하다.

날씨가 좋은 날 영회원 앞의 느티나무로 가 보면, 시민들이 차를 타고 와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조사자가 간 날도 시원한 느티나무에 노부부가 누워 서로에게 부채질을 해 주면서 담소를 나누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참으로 정답게 느껴져서 어디에서 오셨냐고 물어 보니, 광명시내에서 거주하는데 가끔씩 이곳에 온다고 한다. 노부부에게는 넓은 느티나무 그늘이 고향 마을과 같은 의미를 주는 듯했다.

[마을의 어른이자 자랑이 된 느티나무]

한국인의 마을에는 늘 느티나무가 있었다. 느티나무를 가운데 두고는 넓은 공터가 있는데, 이곳의 시원한 그늘은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어른들의 모임 장소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지금도 그 느티나무 아래에서 공기놀이를 하고 땅따먹기를 하고 제기차기를 한다. 모래를 쌓아서 두꺼비집을 짓기도 하고 걸음마를 뗀 아이들은 나무에 오르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어린 아이에게 느티나무는 미지의 세계이며 오르고 싶은 욕망을 갖게 한다. 높이 올라갈수록, 그렇게 성장할수록 그만큼 세상도 열린다.

이곳 느티나무와 영회원은 인근 학교의 학생들에게도 소풍 장소로 자주 이용된다고 한다. 학생들의 동심에도 남을 위해 넓은 품안으로 그늘을 만들어 주는 느티나무의 사랑을 닮고 싶을 것이다. 이런 자연이 주는 혜택과 교육적인 측면을 도심의 빌딩숲이 닮을 수 있을까.

느티나무 아래에는 시민들이 앉을 수 있도록 돌로 만든 의자와 제단도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단오에 풍년 기원제가 열린다. 1988년부터 광명시에서 단옷날 이곳에서 제를 지낼 것을 권유하여, 학온동 동장이 제주가 되어 주민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다. 제의 절차와 제물은 10월에 올리는 산제와 같다. 또한 주민들이 개인적으로 치성을 드리기도 하고 민속 신앙을 믿는 인근의 무당도 수시로 이곳에 와서 치성을 드린다고 한다. 2005년부터는 산제당이 자주 훼손되자 이곳 느티나무 아래에서 산제를 지내고 있다.

영회원 앞 느티나무는 수백 년의 세월을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며, 그 유구한 생명력으로 인간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소원을 들어 주는 삼신할머니와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이제는 광명의 큰 어른이자 자랑거리가 되었다.

[정보제공]

• •  이재숙(여, 1932년생, 노온사동 주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