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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품는 ‘엄마들’ 이야기 이전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1C030203
지역 경기도 광명시 철산4동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민성혜

오래된 주택 지역이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되어 아파트 단지를 형성하게 되면서, 옛 주택 지역과 아파트 단지 내 주민 간에 갈등이 생겨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철산4동 ‘촛불’ 엄마들은 가정 간의 소득 격차가 가정환경의 차이로 이어지고, 부모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가정의 아이들이 학교와 이웃에게 소외되면서 생기는 갈등을 내 아이의 문제로 함께 품어가며 지혜롭게 극복하고자 노력하였다.

[‘촛불’ 엄마들의 품속에서 태어난 넝쿨어린이도서관]

철산4동에는 편모, 편부, 조손부모로 이루어진 가정이 많다. 그런데 이런 가정 환경의 어려움이 아이들에 대한 편견을 낳고 그 편견이 아이들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처로 남기도 한다.

2002년 철산4동에 사는 다섯 명의 광명YMCA ‘촛불’[광명YMCA 생활협동조합 회원의 동아리 모임]들은 가족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돌보아 주는 어른이 없는 이웃 아이들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내 자녀와 이웃의 자녀가 같은 동네, 같은 학교에서 어울리며 자라야 하는데, 단지 가정 환경이 어렵다고 하여 이웃을 공동체로부터 소외시키는 것은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올바른 행동이 아니라는 공감으로 작은 모임이 시작되었다. 촛불 엄마들은 “내 아이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를 함께 키우는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데 뜻을 모으고, 작은 모임을 정기적인 만남으로 키워 갔다. 촛불 엄마들은 깊은 고민과 토론 끝에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놀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될 ‘어린이 전문 도서관’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넝쿨어린이도서관’이다.

[지역 공동체로 자리 잡기까지]

넝쿨어린이도서관은 하안5단지에서 광명YMCA 회원들이 시작했던 ‘넓은세상도서관’의 도움으로 2003년 7월 23일 개관하였다. 넝쿨어린이도서관의 설립 목적은 철산4동 지역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철산4동주민센터와 새마을문고, 한울림교회 및 지역 자원 봉사자들의 지원을 받으며 지역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갔다. 도서관 공간은 한울림교회에서 제공해 주어 해결하였다. 그러나 지역 공동체를 조직하고 운영해 본 경험이 없는 주부들의 힘으로 도서관을 운영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넝쿨어린이도서관이 MBC의 ‘느낌표(!)’에서 방영하던 ‘기적의 도서관’에 소개되면서 운영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전국적으로 일어난 작은 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면서 도서관 운영에 필요한 책과 프로그램, 물품, 노하우를 지원받게 된 것이다. 특히 광명시 평생학습원광명YMCA에서 학습 및 책과 운영 지원, 프로그램 아이템과 방향성을 지원해 주어 운영에 큰 도움이 되었다.

넝쿨어린이도서관 입구의 타일 벽화는 2006년 아트인시티 공공미술프로젝트로 설치된 것이다. 넝쿨어린이도서관은 사실상 광명시 최초의 어린이 도서관으로서, 넝쿨어린이도서관 설립 이후 광명7동 징검다리어린이도서관 등 주민에 의한 도서관 설치에 영향을 주었다.

넝쿨어린이도서관 운영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까지 구성원들은 3~4년 동안 지속적으로 노력해야만 했다. “집안일을 소홀히 한다”는 주변의 비난과 “살림이나 하던 엄마들이 뭘 하겠느냐”는 냉소를 극복하고 ‘우리의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자부심으로 헌신적인 활동을 해온 ‘동네 엄마들’이 없었다면, 지역 공동체인 넝쿨어린이집은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도서관에서 지역 사랑방으로 변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도서관의 성격도 지역의 요구에 의해 변화를 겪게 되었다. 바로 지역 공동체와의 ‘연대와 나눔 활동의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대두된 것이다. 넝쿨어린이도서관은 ‘광명YMCA’와 공조하여. 김장 나누기 등 지역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넝쿨어린이도서관의 헌신적인 자원 봉사자들의 활동은 점차 지역민과의 신뢰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넝쿨어린이도서관은 여러 단체에서 철산4동 지역을 위한 물품을 지원할 때 이를 나누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특히 어린이 도서관과 공부방 기능 이외에 문화 공간, 동네 사랑방 기능, 지역민의 상담 기능까지 추가된 것이 다른 일반 도서관과는 다르며, 이 모든 것이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방학 동안 빵을 배달하는 아버지를 따라 다니면서, 성실한 삶을 사는 아버지를 만나게 된 한 어린이는 어른이 되어서 ‘아빠와 같은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넝쿨어린이도서관 자원봉사자 대표 최미자 씨[1962년생]는 “이와 같은 경험을 가족 연대 프로그램으로 확대할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고 하였다.

[넝쿨어린이도서관의 변화 - 아동에서 청소년으로]

2009년 개관한 지 6년이 되자 넝쿨어린이도서관의 고민은 ‘아동에서 청소년의 문제’로 확대되었다. 최미자 씨는 “자신이 사는 환경에 대한 부정적 가치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예민한 사춘기에 접어드는 시점에 이를 긍정적인 토대로 전환시킬 계기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또한 “청소년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경험을 채우기 위해 타 기관과의 정보교환이 필요하며, 청소년 프로그램을 위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게 될 것 같다”고 하였다. 그러나 “넝쿨어린이도서관이 지금까지 이어 온 ‘동네 공동체의 건강성’을 청소년 프로그램에도 적용할 수 있는 모델로 가져갔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하였다.

[윗동네는 넝쿨, 아랫동네는 동네한바퀴]

철산4동 윗동네에 ‘넝쿨어린이도서관’이 있다면, 아랫동네에는 ‘동네한바퀴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동네한바퀴도서관은 지역 유아를 위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대안 공간으로서 YMCA 연맹 사업인 ‘아가야집’으로 시작하였다. 그러나 사업을 진행하는 3년 동안 보육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확대되면서, 유아 공간보다는 아랫동네를 위한 새로운 공간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리하여 2009년 6월 10일 도서관과 공부방뿐만 아니라 녹색가게인 ‘나눔장터’까지 아우르는 동네한바퀴도서관이 탄생하였다.

동네한바퀴도서관넝쿨어린이도서관과 마찬가지로 자원 봉사자의 힘만으로 운영되는데, 광명시청의 청소년상담지원센터에서 활동하던 고등학생이 대학생 동아리 ‘디솜아띠’로 자라나 공부방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렇듯 철산4동의 지역 공동체 활동은 촛불 엄마들에서 지역 주민들로, 그리고 지역 청소년들로까지 확대되면서 자원 봉사자가 양성되고, 그들의 활동이 모세 혈관처럼 퍼져 나가면서 지역 문제를 지혜롭게 보듬어 나가고 있다.

[정보제공]

  • •  최미자(여, 1962년생, 넝쿨어린이도서관 자원봉사자 대표)
  • •  윤정애(여, 1969년생, 동네한바퀴도서관 자원 봉사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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