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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거리와 안양천의 아름다운 풍경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1C020302
지역 경기도 광명시 철산3동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양철원

[안양천의 수변 동네 철산동]

철산동은 자연적으로는 안양천을 동쪽으로 끼고 있는 수변 지역으로, 개청 이후 신도시로 개발된 곳이다. 안양천 주변으로 개발 이후 20여 년이 지나면서 안정적인 주거 단지를 이루고 있는 철산 아파트 단지는 철산동 풍경의 중요한 요소이다.

안양천은 살아 있다. 하천 생태 측면에서도 그렇고, 안양천을 품고 사는 시민들의 마음속에서도 그렇다. 사람들은 아침저녁으로 매일 안양천을 걷고 뛴다. 끼리끼리 손을 잡고 나와 안양천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다. 여름이면 잉어가 올라오고, 겨울이면 철새가 날아든다. 수질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탓이다. 시민들도 안양천에 나와 여유와 여가를 즐긴다.

안양천의 사계절 풍경은 모두 독특하다. 봄에는 벚꽃과 유채꽃이 만개해 흐드러지게 펼쳐진다. 여름이면 꽃 대신 운동과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안양천 변을 가득 채운다.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절정을 이룬다. 겨울이면 시베리아를 건너온 철새들의 낙원이 되어 안양천의 풍경을 가득 채운다.

[죽음의 강이란 멍에를 벗고 자연 학습장으로 되살아난 안양천]

안양천은 예전에 큰 강을 뜻하는 ‘한내’, ‘대천’이라 불렸다. 서울의 구로·영등포·목동과 경기도의 안양과 광명 시민의 젖줄이 될 만큼 물이 깨끗하고 수량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이 드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1960년대까지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멱도 감고 붕어나 참게 등도 많이 잡았다고 한다. 그러나 1970년대 안양 지역의 대규모 공장에서 흘러나온 폐수와 구로공단에서 흘러나온 오염된 물이 유입되면서 안양천은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죽은 강으로 변해 버렸다.

죽은 강이 살아난 것은 최근 10년 전부터이다.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안양천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들의 환경 개선 노력이 이어지면서 안양천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이런 노력의 예가 지난 1999년 발족한 안양천수질개선대책협의회이다.

광명시를 포함해 13개 지방자치단체가 협의회에 참여해 안양천의 수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안양천의 수질이 개선된 후에는 이곳을 찾는 주민들을 위한 편의 시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광명시는 2008년 2월에 시흥대교 아래에서부터 구일교까지 5.192㎞ 구간의 자전거도로를 정비했다.

시민들도 안양천 가꾸기에 나섰다. (사)한국농촌지도자연합회 광명시지회 소속의 회원들은 직접 안양천 둔치 1만 2500㎡에 유채와 보리를 파종해 아름다운 안양천변 만들기에 동참하였다. 이 단체 회장인 김완기 씨는 “씨 뿌리는 것도 농사짓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데, 농사를 짓는 것을 우리만큼 잘하는 사람들이 있겠어요. 안양천 둔치 조성 소식을 듣고 직접 나섰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제 안양천은 지역 학생들이나 시민들에게 자연 학습장으로서도 기능하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 찾아 드는 겨울 철새들은 이제 익숙해진 풍경이다. 탐사경을 들고 지역 내 초등학교 학생들이 이곳을 찾아 조류 관찰을 하는 것도 익숙한 풍경이 되어 가고 있다.

지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생태 환경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단체들에게도 이곳은 중요한 학습장이다. 이상린[1967년생] 씨는 푸른광명21의 생태교육 프로그램인 ‘숲 해설가 양성과정’에 등록해 안양천 철새 관찰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다. 이상린 씨에게 안양천은 단순히 물만 흐르는 강이 아니다. “지난 5월 철산교 아래에 산란하러 올라온 잉어들의 힘찬 퍼덕임을 잊지 못하고 있어요. 모쪼록 안양천이 잘 보존되어 한여름에도 발이 시렸다는 전설 같은 과거의 명성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안양천 자전거도로는 구일교 아래에서 목감천과 만난다. 광명동을 감싸 안으며 흘러온 목감천은 2011년 11월 준공을 목표로 약 4.5㎞ 구간에 자연형 하천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안양천 지류인 목감천 조성 사업이 완료되면 안양천은 사철 아름다운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자 사통팔달의 자전거, 조깅, 걷기 코스로 되살아날 것이다. 광명 시민이라면 어디에서든 안양천을 찾아 나설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철산7단지와 8단지의 봄 풍경]

안양천의 또 다른 진풍경은 4월과 5월이다. 굳은 땅을 뚫고 파릇한 새싹이 고개를 내밀면서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가 앞 다투어 피고 벚꽃이 안양천 뚝방 주변을 수놓는다. 뚝방 길을 수놓은 벚꽃은 4월에 만개해 절정을 이룬다. 이때가 되면 연인들과 가족들이 안양천에 나와 포즈를 취하며 사진 찍기에 바쁘다. 간혹 문화예술 공연 등 행사가 주변에서 펼쳐지기도 한다.

벚꽃 길은 안양천 주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광명시내의 아파트 단지에도 벚꽃들이 만개한다. 4월이 되면 철산주공8단지 주민들은 들뜬 마음으로 분주하게 움직인다. 벚꽃축제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1996년부터 시작하여 14회를 맞는 철산8단지 벚꽃축제는 철산주공8단지 입주자 대표회의 주관으로 열린다.

철산주공8단지 벚꽃축제는 주민들이 참여해 어우러지는 전형적인 주민 주도형 축제이다. 철산주공8단지가 벚꽃으로 자태를 뽐낸다면, 8단지 건너편 시청 방향의 철산주공7단지는 가을 낙엽이 아름다운 곳이다. 철산주공7단지는 8단지와 같은 해인 1985년 지어진 아파트로 20여 년이 넘는 나무들이 만들어 내는 가을 낙엽의 향연은 절로 시 한 편을 읊조리게 만든다.

최근에는 낙엽을 매일 청소하지 않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청소하기 때문에 낙엽 밟는 소리의 운치를 더욱 오래 만끽할 수 있다. 낙엽 길을 따라 아담한 아파트 단지 사이를 걷다 보면 705동과 712동 사이에 있는 벤치에 이르게 된다. 벤치에 앉으면 하늘이 안 보일 정도로 자라난 아름드리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 사이로 햇살이 살짝살짝 비치는데, 마음을 평안하게 해 주는 그야말로 환상의 자리이다.

하지만 최근 철산주공8단지의 재건축 심의가 통과하면서 이 거리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게 되었다. 20여 년 동안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풍경이지만 재건축이 이루어지면 현재와 같은 모습이 남아 있을지 모를 일이다. 저층 아파트 풍경은 시민들의 눈을 편하게 했고, 그와 어울린 벚꽃과 가을 낙엽의 정취는 마음을 편하게 했다. 아파트로 채워진 회색 도시를 녹색으로, 하얀색으로, 붉은색으로 채워 주었던 그 풍경과 정취들이 이제는 과거의 어느 일로 회상해야 될지도 모른다니, 안타까움이 가득 찰 따름이다.

[정보제공]

  • •  김완기(남, 1957년생, 학온동농촌지도자회 회장)
  • •  이상린(남, 1967년생, 철산동 주민, 숲 해설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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