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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름날의 축제, 아방리 줄다리기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1B020104
지역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 능말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덕묵

[사람이 없어 사라지는 향토 문화]

아방리[능말]에서는 정월 대보름에, 정확히 말하면 정월 14일 저녁 보름달이 뜰 무렵 줄다리기를 하고 달집태우기와 널뛰기, 윷놀이를 하며 신나게 논다.

그런데 예부터 내려오는 이러한 전통을 계승하는 일들이 최근 들어 젊은이들이 부족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줄다리기를 할 때면 외지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고, 타지에 사는 고향 사람들에게도 협조문을 보내어 참여하도록 독려한다고 한다. 약 10여 년 동안은 외지인들에게 협조를 부탁하면 참여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참여자가 부족하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최근에는 광명시로부터 지원금이 나와 예산에는 어려움이 없으나 참여 인원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오늘날은 어느 지방이나 향토 문화를 보존하는 데 인원 동원을 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대거 이촌향도가 이루어지면서 고향 마을에는 노년층만이 거주하기 때문이다.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이나 향토 문화의 전승, 대도시의 인구 과밀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인구의 지방 분산을 위한 효과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산골에서도 인터넷을 할 수 있고 전국 어디에나 정보를 신속히 볼 수 있는 현실인데도 이러한 디지털 환경이 왜 인구 분산에 적절히 활용되어지지 않는지 모르겠다. 직업과 교육, 문화생활 등 대도시가 가지는 이점을 전국적으로 분산할 수 있는 묘안이 없지는 않을 텐데, 정책자들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아방리 줄다리기 체험]

줄다리기를 하려면 무엇보다 줄을 만들 짚을 넉넉하게 모으고 여러 날 동안의 노력을 통해 줄을 꼬아야 한다. 정월 대보름 며칠 전부터 아방리[능말]주민들은 마을에서 짚을 모으고 마을회관 근처에서 줄을 꼰다.

줄은 암줄과 수줄로 15m에서 20m 정도의 길이로 한다. 굵기는 지름 30㎝ 정도로 하며, 우선 가는 줄 9개를 꼬아 이것을 세 개씩 합쳐서 꼰 후, 다시 이 세 가닥을 합쳐서 꼰다. 굵은 줄은 직접 잡고 당길 수 없기 때문에 여기에 가는 줄을 달아서 당기게 되는데, 이것을 ‘지네발’이라고 한다. 줄을 당길 때는 암줄 사이에 수줄을 넣고 비녀[공이]를 꽂게 된다.

줄이 다 만들어지면 주민들은 암줄과 수줄을 들고 길놀이를 한다. 조사자가 관찰한 한국학중앙연구원 근처에 있는 성남시 판교에서는 이때 대례복을 입은 신랑과 신부를 줄에 태우는데, 아방리[능말]에서는 장수한 노인, 특히 마을에서 최고 연장자인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태워 마을을 돈다. 풍물패가 앞에서 풍악을 울리며 길놀이를 하면서 마을을 돌고 나서 줄을 당기는 장소에 가서 암줄과 수줄을 끼워 놓았다가 저녁에 보름달이 뜰 무렵에 당긴다. 줄을 당기기 직전에는 고사떡과 돼지머리를 차려 놓고 ‘줄고사’를 지낸다. 줄고사를 지낸 후 음복을 하고 줄을 당기게 되는데, 세 번을 당겨서 한 번은 남자가 이기고 두 번은 여자 쪽이 이기게 한다. 이때 여자 쪽이 힘이 약하기 때문에 청년들은 여자 쪽으로 간다. 이렇게 미리 승부가 결정된 줄다리기이지만 이 줄다리기를 통해 주민들은 마을의 대동단결과 풍요를 기원한다.

줄다리기가 끝나면 줄은 달집에 감아 놓는다. 이렇게 하여 달집태우기를 하면서 줄은 소각되는 것이다. 달집은 가운데 대나무를 세우고 솔가지를 이엉처럼 엮어서 감싼다. 이렇게 삼각형으로 만들어 놓고 소원을 적은 종이를 솔가지에 끼워 넣는다. 대나무는 이 지방에서 귀하기 때문에 남쪽에서 구입해 온다. 대나무를 멀리서 구입까지 해서 달집을 짓는 것은 근래에 와서나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살림살이도 어려운 시절에 놀이를 위해 대나무를 구입해 오는 것은 불가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대나무가 풍부한 남쪽 지방의 풍속이 최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달집에 종이로 소원을 써서 달아 놓는 것 역시 근래의 풍속일 것이다. 종이가 귀하고 문맹인이 많은 과거에 이런 것이 가능했으리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보름달이 뜰 무렵에 짚을 나이 순서대로 묶어 놓았다가 달이 뜨면 그것에 불을 붙여서 달을 보고 절을 하고 소원을 빌었다. 이러한 풍속이 최근에는 종이에 소원을 적어 달집에 달아 놓는 것으로 변한 것이다. 민속은 이렇게 시대에 따라 변형된다. 그 시대의 맥락 속에서, 그러나 과거로부터의 연속되는 특성도 함께 지니고 있다. 아방리줄다리기는 근래에 온신초등학교에서 정월 대보름에 이루어지고 있는데, 2001년 이후부턴 매년 10월에 광명시 종합운동장에서 아방리농요아방리 줄다리기 발표회를 갖는다.

[정보제공]

  • •  양승옥(남, 1955년생, 노온사동 주민, 애기능저수지 관리인·아방리 민속보존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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