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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100006
한자 民衆-藝術魂-光明-民俗
분야 생활·민속/민속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경기도 광명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덕묵

[놀이 속에 깃든 민중의 삶]

민중의 삶은 놀이 속에 있다. 놀이는 민중의 삶을 지탱해 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살림살이도 흥이 나고 신바람이 나야 잘 굴러 간다. 신명 없는 삶은 재미가 없다. 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 사회에서 민중의 삶이란 일하고, 여가를 보내고, 의례 행위를 하는 것으로 집약된다. 이러한 일상의 삶을 놀이로 승화시켜 주는 것이 ‘신명’이다. 일상의 삶에 신명이 결합됨으로써 삶은 놀이가 되고, 여기서 더욱 연희성을 가진 놀이로 발전한다.

‘노동하는 삶’에서 파생된 놀이는 노동요와 각종 노동 속의 연희를 낳는다. 이러한 놀이로는 들판에서 일을 하면서 하는 두레놀이나 집을 지을 때 하는 지정다지기가 있다. ‘의례 행위를 하는 삶’에서 파생된 놀이는 혼례식에서 노는 것이나 장례 놀이, 무당의 굿에서 행해지는 신 놀이, 마을의 동제에서 행해지는 풍물놀이, 세시의례에서 행해지는 정초의 지신밟기와 대보름의 달집태우기·줄다리기 등이 있다. ‘여가를 보내는 삶’에서 행해지는 놀이는 주로 농한기나 명절에 이루어진다. 윷놀이, 연날리기, 그네뛰기 등이 대표적인 놀이다.

전거한 세 가지의 삶에서 파생된 놀이는 상호 연관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연관성은 민중들의 삶의 전체적인 구조 속에서 파악된다. 노동, 의례, 여가를 행하는 삶에서 파생된 각각의 놀이는 독립되어 있거나 하나의 성격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노동하는 삶에서 파생된 놀이에도 의례와 여가적 성격이 들어 있고, 의례 행위를 하는 삶에서 파생된 놀이에도 노동과 여가적 성격이, 여가를 보내는 삶에서 파생된 놀이에도 노동이나 여가적 성격이 들어 있다. 즉, 하나의 놀이에는 하나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셋이 함께 존재한다. 셋 속에는 서로를 연결하는 공통분모가 들어 있다. 이러한 공통분모는 민중들의 전체적인 삶의 구조 속에서 배태된 것으로, 전거한 세 가지 성격의 놀이 유형은 전통적인 농촌 마을 주민들의 전체적인 삶의 체계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약술하면 민중의 삶은 노동을 하는 삶, 의례 행위를 하는 삶, 여가를 보내는 삶이 있는데 여기에 신명이 결합되어 놀이로 승화된다. 이렇게 하여 삶 자체가 놀이로 질적 전환을 이루며, 여기서 나아가면 연희성을 가진 정형화된 놀이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진 놀이는 독립적인 개체가 아니라 전체 속에 하나이며 하나 속에 전체가 있다. 여기서 전체란 민중들의 총체적인 삶을 말한다. 그리고 각각의 놀이들은 민중의 전체적인 삶의 구조 속에 짜여 있는 부분이며, 그 속에서 다른 것들과의 연관 속에서 기능한다. 따라서 민중의 놀이란 민중의 삶의 구조 속에서 이해해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다.

[민중의 놀이 속에서 발견되는 특징]

전통 사회에서 민중의 놀이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놀이를 만드는 자와 놀이를 향유하는 자가 구분되어 있지 않다. 놀이를 생산하는 사람이 누구라고 정해져 있지 않는 것이다. 각자의 놀이 본능이 자연스럽게 응집되면서 놀이가 생산되기 때문에 모두가 놀이 만들기의 참여자가 된다. 문화 산업가가 놀이를 만들고 그것을 사서 소비하는 오늘날 도회지의 대중문화에 비해 민중들이 향유했던 놀이는 놀이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일치한다.

둘째, 공동체를 기반으로 대동성을 가지고 있다. 민중의 삶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노동과 의례는 물론 여가 생활에서조차 마을 공동체라는 기반 위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마을 공동체는 협동심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민중 예술은 민중들의 원초적인 신명과 대동성이 결부되면서 집단적인 신명으로 분출되며 대동 놀이로 표현된다.

셋째, 의례와 놀이가 결부되어 있다. 줄다리기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세 번의 싸움에서 한 번은 남자가 이기고 두 번은 여자가 이겨야 한다는 규칙이 항상 적용된다. 양 팀이 승부욕을 가지고 팽팽하게 밀고 당기며 긴장감이 땀을 쥐게 하며 성패를 예측할 수 없는 그런 싸움이 아니라, 싸움을 위장한 일정한 양식을 갖춘 의례로서 행해진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 마을의 풍요를 기원하는 것이다. 농요 속에는 풍작을 비는 농경의례 행위가 포함되어 있으며, 매년 특정한 절기에 따라 행해지는 세시의례 속에는 놀이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것도 의례와 놀이의 절충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넷째, 일과 놀이가 결부되어 있다. 일 속에 놀이가 있고 놀이 속에 일이 있다. 일을 놀이처럼 하며 놀이가 단순한 유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일을 하는 과정 속에 있다. 신명나게 노동요를 부르면서 일을 하고 이렇게 놀이를 하다 보면 어느새 일이 완성된다. 민중의 삶은 일과 놀이와 의례로 표현되는데, 이 세 가지 영역은 민중의 삶의 구조 속에서 상호 의존적으로 존재한다. 세 가지가 얽혀서 기능하며 구조화되어 민중의 삶은 완성되는 셈이다.

[광명 지역에서 전해 오는 전통 민중 예술]

이제 광명 지역에서 전해 오는 전통 민중 예술에 대해 살펴보자. 전통 민중 예술이 그렇듯 광명 지역 민중들의 생활 속에 녹아 있는 예술은 특정한 예능인에 의해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다. 민중들의 일상적 삶 속에서 구조화되어 있다. 광명 지역에서 노동과 관련해 연희된 놀이로는 두레놀이와 지정다지기가 있고, 일생의례와 관련된 놀이로는 장례 놀이가 있다. 또한, 세시의례와 관련된 놀이로는 지신밟기·달집태우기·줄다리기가 있고, 종교 의례와 관련된 놀이로는 굿에서 행해지는 신 놀이가 있으며, 그 밖에 여가와 관련된 각종 놀이가 있다. 여기서 모든 놀이를 살펴볼 수는 없다. 다만 몇 가지의 놀이를 통해 광명 지역 민중 예술의 특징을 살펴보도록 한다.

1. 두레놀이

두레놀이란 논농사를 중심으로 한 두레 조직에서 노동을 하면서 행했던 놀이다. 여기에는 두레싸움과 농요, 두레패에서 행하던 풍물놀이 등이 포함된다. 노온사동 능촌에서는 450여 년 전부터 마을 벌판에서 농요가 울려 펴졌다고 한다. 주민들 중 젊은 시절 벌판에서 직접 농요를 부르며 일을 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작고하고 이제는 몇 분만이 남아 있는데, 주민 양주만 등이 부르던 것을 발굴하여 2003년 경기도 민속예술축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후 아방리 농요는 매년 두 차례씩의 공연을 하며 시민들에게 전통 문화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넓은 벌판에서 두레패 깃발을 휘날리며 모내기며 김매기를 하면서 부르던 소리가 이제는 아방리 민속보존회를 통해 전승되며 광명시의 소중한 향토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1950년대만 하더라도 아방리 농요아방리 벌판에서 두레가 행해질 때 농사일의 고단함을 달래고 공동 작업에서의 호흡을 맞추는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도시화된 광명 지역 시민들에게 놀이의 한마당을 제공해 주고 있다. 또한 이러한 놀이를 통해 주민들은 향토 문화를 접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농사짓는 농촌 지역의 일상을 체험하게 한다. 농요가 농토를 떠나 도심 속의 어느 운동장에서 불리게 되었지만 그 속에 참여하는 주민이나 구경꾼 모두에게 농요는 이제 창조적인 문화적 기재로 다가오는 것이다.

아방리 벌판에서 두레 조직이 농요를 부를 때는 이웃 마을과 두레싸움도 하였다. 벌판이나 길에서 두레기를 앞세우고 이웃 마을 두레 조직과 마주치면 서로 상대편 마을의 깃발을 쓰러뜨리기 위해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싸움에서 지는 마을은 이긴 마을을 형님으로 모셔야 했기에 두레싸움은 마을의 명예가 걸려 있는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이렇게 마을 간의 기 싸움은 마을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해 주었다. 또한 두레패의 상무적 정신은 유사시 외적에 맞서도 분연히 싸울 수 있는 농군의 역량이 되었다.

두레 조직이 움직일 때는 풍물이 따른다. 풍물 소리는 노동의 힘겨움을 잊게 해 주며, 들판은 물론이고 정초의 지신밟기나 각종 의례나 놀이 때도 늘 농민들의 곁에 있었다. 민중들 스스로 연주하고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고 들판이나 주택가에서 일상의 삶 속에 녹아 있었던 풍물은 늘 민중들의 신명을 북돋았으며 민중들의 희로애락과 함께 했다. 장례에서조차도 「상여 소리」에 맞추어 울려 퍼지던 것이 풍물이었다.

2. 지정다지기

지정다지기란 집을 지을 때 터를 다지는 것을 말한다. 가운데 구멍을 낸 둥근 돌을 양 방향에서 여섯 가닥의 줄을 매어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땅을 다지는데, 이때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서 「지정다지기 소리」를 한다. 터를 다질 때는 먼저 고사를 지내고, 「지정다지기 소리」에 맞추어 땅을 다지고 막걸리를 마시면서 피로를 푼다. 이렇게 지정다지기는 노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노동과 의례와 놀이가 함축되어 있다. 지정다지기가 끝나고, 주춧돌 위에 기둥을 올리고 마루 칸이나 안방 위에 대들보를 올리고 상량문을 쓰는 날에는 동네잔치가 벌어진다. 상량에 실과 북어를 매달고 집주인은 술과 시루떡을 해서 사람들에게 먹인다. 무당을 참여시켜 성주굿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놀이판이 더욱 풍성해진다.

3. 의례에서의 놀이

일생의례에서 잔치판이 벌어지는 것은 혼례와 회갑 잔치 때이다. 그러나 호상일 경우에는 장례에서도 상여놀이와 회닫이[회다지]를 하면서 놀이판이 만들어졌다. 천수(天壽)를 누린 고인을 마을 사람들이 즐겁게 보내고 상주의 슬픔을 달래 주는 것이다.

세시의례에서도 각종 놀이판이 형성되었다. 정초의 지신밟기와 대보름의 달집태우기·줄다리기, 단오나 추석과 같은 명절에도 풍물을 치면서 놀이판이 만들어졌다. 아방리[학온2동]에서는 정월 14일 저녁 보름달이 뜰 무렵에 줄다리기를 하고 달집태우기와 널뛰기, 윷놀이를 하며 신나게 논다. 줄다리기를 하려면 많은 짚과 며칠간 줄을 꼬아야 한다.

대보름 며칠 전 주민들은 마을에서 짚을 모으고 마을회관 근처에서 줄을 꼰다. 줄은 암줄과 수줄로 15m에서 20m 정도의 길이로 꼰다. 굵기는 지름 30㎝ 정도로 하며, 우선 가는 줄 9개를 꼬아 이것을 세 개씩 꼰 후 다시 세 가닥을 합쳐서 꼰다. 굵은 줄은 당길 수 없기 때문에 여기에 가는 줄을 달아서 당기게 되는데 이것을 ‘지네발’이라고 한다.

줄을 당길 때는 암줄 사이에 수줄을 넣고 비녀[공이]를 꽂게 된다. 줄을 만든 후 주민들은 암줄과 수줄 위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태우고 길놀이를 한다. 풍물패가 앞에서 풍악을 울리며 길놀이를 하면서 마을을 돌고 나서 줄을 당기는 장소에 가서 암줄과 수줄을 끼워 놓았다가 저녁에 보름달이 뜰 무렵에 당긴다. 줄을 당기기 직전에는 고사떡과 돼지머리를 차려 놓고 ‘줄고사’를 지낸다. 줄고사를 지낸 후 음복을 하고 줄을 당기게 되는데, 세 번을 당겨서 한 번은 남자가 이기고 두 번은 여자 쪽이 이기게 한다. 이때 여자 쪽은 힘이 약하기 때문에 청년들은 여자 쪽으로 간다. 이렇게 미리 승부가 결정된 줄다리기이지만 이 줄다리기를 통해 주민들은 마을의 대동 단결과 풍요를 기원하는 것이다.

4. 도당굿

광명 지역의 자연 촌락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동제를 지내 왔다. 근래 들어 도시화로 인해 동제를 지내지 않는 마을이 늘어나면서 동제를 지내는 마을들이 몇 군데 밖에 남아 있지만, 아직도 주민들을 통해 조사를 해 보면 이 지역 사회의 동제 모습을 추적할 수 있다.

근래에는 주로 간략하게 제관들만 모여 지내지만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기 전에는 많은 자연마을에서 도당굿을 지냈다. 오늘날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장말도당굿과 같이 예전에는 광명 지역에서도 마을마다 도당굿이 널리 행해졌다. 특히 옥길동두길·식골·해방촌, 광명동원광명, 가학동노리실, 철산동쇠머리, 소하동영당말에서는 근래까지 무당이 동제에서 굿을 했다.

소하동영당말에서는 1992년까지 도당할머니께 마을의 풍요와 안녕을 비는 도당굿을 행했다. 1986년 영당말 사람들은 도당굿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다가 도당굿복원위원회를 결성하여 제를 지내는 형식으로 도당굿을 민속놀이로서 복원하였고, 그 해 경기도 민속예술경연대회에 광명시의 전통 민속놀이로 출전하였다. 이때 도당굿의 절차는 아랫당산 장승제, 윗당산 도당굿, 마을 대동굿, 도당 대동놀이 순서로 이어졌는데, 이것은 공연을 위해 순서를 짜 맞춘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광명 지역 민중 예술이자 놀이는 민중의 삶 속에서 쉽게 발견되며, 노동과 의례, 놀이가 응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중은 그들 스스로 예술을 만들고 향유한다. 예술의 생산도 개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집단 창작의 형태로 나타나며, 그것을 향유하는 데에도 대동성을 가진다. 이렇듯 광명 지역 민속에는 민중의 삶 속에서 구조화되고 응결된 민중적 예술혼이 담겨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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